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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식물

식물을 키우는 이유

by STEMY 2025. 2. 11.

식물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

식물은 가만히 있지만 끊임없이 변화한다. 매일 조금씩 자라며 잎을 키우고, 때로는 시들고, 다시 새로운 싹을 틔운다.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계절이 흐르는 것을 실감하고, 조용한 생명의 움직임을 느낀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식물을 키워오면서 그것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게 해주는 과정이다.


식물이 주는 안정감과 위로

삶은 늘 분주하다. 바쁜 일정과 끝없는 할 일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신이 지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시간은 다르다. 물을 주고, 흙을 만지고, 잎을 닦아주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진다.

특히 힘든 날이면 식물 앞에서 멍하니 서있곤 하는데, 무심코 잎을 어루만지거나 작은 싹이 자란 것을 발견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기분과 상관없이 식물은 자신만의 속도로 자란다. 어떤 날은 잎이 늘어지고 어떤 날은 싱싱하지만, 그것을 탓하는 법이 없다. 나는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심리학적으로도 식물을 키우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초록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식물을 돌보는 과정이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실제로 우울감이 있거나 불안이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았다는 연구도 많다.

나는 가끔 일이 너무 바빠지면 일부러 식물에게 물을 주며 시간을 내곤 한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숨을 돌릴 수 있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나뭇잎을 닦아주면서, 복잡했던 생각도 정리된다.


작은 변화에서 오는 성취감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극적인 성취를 기대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성취들이 쌓여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식물을 키우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새싹이었던 것이 어느새 제법 커진 모습을 보면, 그 성장 속에 나의 돌봄이 있었다는 사실이 실감된다. 처음에는 노랗게 변하던 잎 때문에 걱정했지만, 환경을 조정하고 신경을 써주니 다시 푸르게 살아난다.

식물은 정직하다. 신경을 써주면 반응이 오고, 무관심하면 그만큼 약해진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기도 하고, 햇빛이 부족해 잎이 처지기도 하지만, 다시 환경을 조절해 주면 식물은 회복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하루아침에 눈에 띄는 성장은 없지만, 꾸준히 돌보면 결국 변화가 나타난다. 그 작은 변화가 주는 기쁨이 쌓이면,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

자연은 인간을 치유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흙을 밟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볼 시간조차 부족하다. 하지만 실내에서라도 식물을 키우면,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

나는 가끔 베란다에서 키우는 허브 잎을 만지며 향을 맡는다. 바질, 민트, 로즈마리 같은 허브 식물들은 작은 화분 속에서도 싱그러운 향을 내뿜는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손끝으로 잎을 쓰다듬고,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바라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또한, 계절이 바뀌면 식물의 변화로 먼저 알게 된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작은 새순이 돋아나고, 여름이 오면 잎이 무성해진다. 가을에는 잎이 조금씩 말라가고, 겨울에는 잠시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일

어떤 사람들은 "나는 손이 똥손이라 식물을 잘 못 키워"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식물을 잘 키운다는 것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사람도 저마다 다르듯이, 식물도 각자의 특성이 있다. 같은 종이라도 어떤 식물은 햇빛을 더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을 조금만 줘야 한다. 처음에는 무심코 키우다가 잎이 마르거나 뿌리가 썩으면 원인을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식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식물을 돌보는 시간은 나를 돌보는 시간과도 같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도, 식물에게 물을 주는 순간만큼은 나 자신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된다. 식물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내 삶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식물을 키우면서 얻은 것들

나는 식물을 키우면서 기다림이 주는 설레임과 작은 변화에서 기쁨을 찾는 법을 배웠다. 식물은 나에게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식물은 급하지 않다. 식물은 솔직하다. 식물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우리는 자주 조급해하고, 완벽을 기대하지만, 식물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우리는 식물을 돌보지만, 사실은 식물이 우리를 돌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식물을 만지며 마음에 안정을 찾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